결말을 알아도 몇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소설이 있듯이

another Dream/빛빛

(어두운 유리)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절교. 위에 서술하였듯이 사람과 사귀고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기에 한 번 인연이 틀어지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오죽 하였으면 가장 화가 났을 때 하는 가장 나쁜 말이 "다신 아는 척 안할 거야!" 이다. 본인에게 있어 가장 큰 불행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그런 유리가 혼자서 일본에 전학왔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한국생활이 그리 즐겁지만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거짓말을 잘 하지 못 한다. 거짓말하는 것 자체를 거북스러워 하며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외로움도 남들보다 배로 잘 느낀다. 누군가를 쉽게 믿는 만큼 친한 사이라고 여길수록 그 사람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어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고 쉽게 의지하며, 반대로 무슨 부탁이든 들어주고 잘 도와주지만 반대로 누군가한테 부탁을 하는 것을 미안하게 여긴다.


유리는 자신이 많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더 웃어주고 무슨 부탁이든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려고 한다.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전 가장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당황했을 뿐이고, 게다가 그 때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면 그 사람을 위로해 주어야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최우선이었을 뿐이다.



사람을 좋아한다. 더 나아가 자신 때문에 누군가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유리는 자신이 슬퍼하는 것, 괴로워하는 것들을 절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타인보다 더 자기 자신을 좋아해 줄 필요가 있다.



고민이 있어도 고민인 줄 모르고 안 좋은 이야깃거리다 라는 생각만 할뿐 말을 하지 않는다.

나만 슬픈 건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잘 하는 건 웃는 것 뿐이니까" 하면서 웃어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어버릴 때 몇배는 더 고통스러워 하면서 운다. 유리가 느끼는 슬픔은 정말 가슴으로 온 몸으로 혼자 껴 안고 품어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16년동안 살던 한국을 버리고 일본에서 살겠다고 다짐한 걸로 봐서는 주변 사람들이 많은데 깊은 관계는 잘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후에 말하기론 사람들이 유리를 알게 되면 싫어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나 잘 다가가고 금새 친해지는 듯 하지만 쉽게 깊은 마음을 못 주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큰 트라우마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심과는 별개로 쇼맨쉽이 강하고 밝고 쾌할한 성격 탓에 친구들과 있으면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어딜가나 주목의 대상이 되지만 주변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그리 편하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매우 사교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단순하기 때문에 어렵게 고민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금방 포기해버린다. 이 때문에 스스로도 인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긍정적인 목적으로 실행했던 일로 질책을 받았을 경우, 변명하지도 못 하고 자기 잘못이라 생각해버린다. 자신이 한 일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보다 질책을 받는 것이 더 큰 잘못처럼 여겨진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고 있다. 그래서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 어떤 주제이든 긍정적으로 들어주며 사소한 고민이라도 진지하게 받아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 일본어가 서툴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상담해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고민거리가 생긴다면 오래 고민하지 못 하고 그냥 피해버리는 길을 선택한다. 책임회피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인내가 부족하고 사고가 잘 돌아가지 않기에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고 친구를 통해고민을 해결하는 것 보다 지금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 여겨서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을 가장 무서워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이 왔을 때 혼자서 해결하지 못 한 채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하고 혼자남겨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명하려 나서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음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멀리하게 되는 것을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는 과거 일어난 사건의 영향이기도 한데, 혼자있는 시간에 이미 지쳐버렸음에도 혼자였던 것이 익숙해져 버려서 이 상황자체를 벗어나는 걸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항상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고 밝은 친화력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유리는 언제 어떤 순간에라도 관계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한번도 거짓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그 사람 또한 같은 마음으로 나를 계속 좋아해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멀어진다 해도 상처받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그런 거리를 자기도 모르게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든지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상대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타인과 똑같이 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생각보다 인연을 맺고 끊는 것이 빠른 편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전부 놀라곤 한다. 이는 사람과 인연을 스스로 끊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유리를 떠나갈 경우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로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DALBOM